
들어가며
나는 달리기를 한다. 좋아하지는 않지만, 군대에서 처음 뛰어본 마라톤은 나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운동으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나는 평소에 생각이 많다. 업무를 하며, 일상을 살며 다양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머리가 복잡해질 때, 혹은 다른 안 좋은 네이티브한 생각들로 머릿속이 가득 찰 때, 나는 뛰러 나가기 시작한다. 심장 소리와 나의 호흡을 느끼며 오래 달리다 보면, 생각이 사라진다(하지 못한다). 그리고 깨끗하고 맑은 생각으로 뇌를 초기화한다. 그렇게 마라톤을 시작하게 되었다.
실패와 성공
첫 실패의 쓴맛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2023년 마라톤에 도전했을 때, "의지와 정신력만 있으면 풀마라톤을 뛸 수 있을 거야"라는 자만심으로 충분히 완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완주에 실패하고 말았다. 당연하게도 의지와 정신력만으로는 완주를 할 수 없었고 연습량과 마라톤을 참가하는 나의 나쁜 마음가짐을 생각하며 나를 더욱 열심히 준비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2024년, 다시 한 번 마라톤에 도전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2023년과는 다르게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 식단부터 시작해, 격주로 진행하는 장거리 훈련, 글리코겐 로딩까지,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열심히 말을 하며 나만의 동기부여를 만들었다. 그렇게 완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 도전을 통해 나는 앞으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해외 마라톤이라는 2025년 오사카 마라톤에 다시 도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실패(?)
2025년 2월 24일, 나는 해외 마라톤에 참가했다.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통하여 해외 마라톤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그렇게 참가를 결정하며 눈 내리는 추웠던 2월, 해외 마라톤에 참가하게 되었다.
해외 마라톤은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한국은 응원 문화가 매우 파이팅 넘치고 열기가 대단하다면, 일본은 비교적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음식도 정말 다양하게 제공되었고, 마라톤 운영이 너무 깔끔하고 체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세계 6대 마라톤 보유국의 운영 스타일인가?) 날씨도 많이 추웠고, 연습도 충분히 하지 못했기 때문에 완주가 어려울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뛰면서 제공되는 간식들 (빵, 과자, 사탕, 바나나, 에너지 음료 등)이 끊임없이 에너지를 공급해 주어 지치지 않게 만들었다.
그러나 피니시 라인이 까지 7km를 남겨두고, 비행기 시간이 부족해 결국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아니, 그저 경험일 뿐
완주를 하지 못한 마라톤은 정말 실패한 마라톤일까? 이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실패'는 단순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오히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나의 한계를 시험하며, 쉽게 얻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마라톤 회고를 적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 첫 취업 후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고, 그것을 딛고 일어나 성공을 맛보며 자만하기까지,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서 이것은 내가 살아온 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하여 누구는 더 빨리 겪을 수 있고 누구는 조금 더 늦게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마라톤과 똑같다.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 페이스, 호흡, 근육량, 성별 등 염색체 하나하나 다르다. 그렇기에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의 길을 걸을 수 있지 않을까?
정리하며
이 경험은 2025년, 나에게 가장 큰 선물 같았다. 이 도전을 통해 나는 새로운 용기를 얻었고, 그 용기가 나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들었다. 이제는 성공과 실패를 하더라도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었으며 마라톤도, 인생도 결국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긴 여정이며 목표 지점에 다다르는 순간, 그것이 바로 내 인생의 골인선이 될 것이다.
성장이 없는 실패는 결국 상처만 남는다. 실패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경험이고, 상처는 결국 아물고 나면 더 강해진다. 누구나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할 수 있다. 마라톤을 뛰며 모르는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낯선 곳에서 같은 한국인을 만나 "한국인 파이팅!"을 외치며 서로를 응원하는 그 순간들. 그 순간은 내가 목표를 향해 도전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실패와 좌절을 겪더라도, 그건 그저 잠시일 뿐. 조금만 더 기다리면,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털어놓지 않아도, 그 안에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있을 거니까.
새로 얻은 깨닳음과 다짐을 잊지 않게 회고를 작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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