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JTBC에서 주최하는 풀 마라톤에 참가했다.
풀 마라톤은 참가는 처음이 아니지만 두 번째 참가하며 느낀 점과 내가 풀 마라톤을 뛴 이유, 그리고 달리기를 하는 이유를 잊지 않기 위해 회고글을 적는다.
풀 마라톤을 하게 된 이유
나는 생각이 많다. 그래서 생각을 멈추는 법을 잘 몰랐는데, 군대에서 시작한 마라톤과 주기적인 달리기를 통해 몸이 너무 힘들면 생각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후로는 집 앞 하천을 뛰며 머릿속을 비우고 리프레시하는 것을 습관처럼 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10km 달리기가 익숙해졌을 무렵, 풀 마라톤에 도전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작년 2023 JTBC 풀 마라톤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때의 나는 나의 장거리 페이스도 모르고 아무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안되면 말고 식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결국 26km 즈음에서 무릎의 통증을 이기지 못해 중도에 포기하게 되었다. 작년의 포기한 기억이 있어서 이번 2024 마라톤에서는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꼭 완주하고 싶었다.
회사에는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시는 분이 있었다. 그분은 음식과 술을 좋아했지만, 목표가 생기니 모든 것을 끊고 식단과 자기 관리를 통해 대회에서 우승까지 하셨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지금 이 마라톤 대회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며 그 순간 이렇게 살다가는 작년처럼 실패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10월부터는 최대한 약속을 줄이고 운동에만 전념했다. 달리기에 익숙한 몸 상태를 만들며 대회 2주 전에는 30km 장거리 훈련도 하며 내 페이스를 천천히 익혀 나아갔다. 그렇게 긴장 속에서 대회날을 맞이했다.
마라톤을 진행하며
E조 그룹 출발 대기를 하며 완주 후 내 모습은 어떨까 상상을 하였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드디어 끝났구나, 내가 해냈구나 하는 감동과 함께 눈물이 흘러나올 줄 알았다. 또한 혼자 참가했기에, '혼자서도 할 수 있다'를 되뇌며 끝까지 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30km 이상의 거리를 달린 경험이 있었으니 나 자신을 믿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달랐다. 나는 혼자 뛰었다고 생각했지만, 아침 일찍부터 코스 옆에서 응원해 주는 러닝 크루들, 응원가 힘내라는 말을 건네는 할머니, 할아버지, 아이들 등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응원해 주는 분들 덕에 큰 힘을 얻었다. 특히 30km를 넘어서부터 너무 힘들었는데, 러닝 크루들의 하이파이브를 받을 때마다 힘이 솟아났고, 배번표의 내 이름을 보고 이름을 불러주며 파이팅을 외칠 때는 정말로 큰 힘이 됐다.
이날은 살면서 가장 많은 응원을 받은 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혼자 뛰었지만, 그분들 덕분에 함께 달린 느낌이었다. 한계가 올때마다 물, 콜라, 레몬즙, 상쾌환 등 에너지 드링크를 주시며 힘을 나게 해 주시고, 쥐가 날 것 같으면 준비해 둔 파스를 뿌려주며 근육을 풀어주셨다. 정말로 응원해 주시는 모든 분들 덕분에 완주할 수 있었다.
마지막 300m에서 피니시 라인이 보일 때는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며 아프고 힘든 것도 잊은 채 냅다 달렸다. 이 순간만큼은 도파민과 힘이 넘쳤다. 그렇게 완주한 뒤 감동의 눈물이 아닌 기쁨의 웃음이 나왔다. 드디어 해냈구나!
완주를 하고 느낀 점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삶에서 이보다 더 힘든 일도 많겠지만, 마라톤을 뛰었던 경험을 되새기며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해낼 수 있다는 나에 대한 확신이 붙었다. 달리면서 나는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했는지, 최근의 삶을 돌아보며 끊임없이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계속 묻는다. 왜 뛰냐고, 하지만 좋은 걸 어떡하나 뛰는 게 좋다. 뛰면서 생각하지 못한 범위를 생각하며 머릿속을 비우며 리프레시하는 게 좋다.
마라톤을 한번 뛰고 나니 완주 당시엔 다시는 하고싶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 회복하고 나니 또 한 번 뛰어보고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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